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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안전 해야 녹색성장도 안전 합니다

예촌소나이 2011. 5. 26. 16:40

 자전거가 안전 해야 녹색성장도 안전 합니다~

국제세미나에서 느낀「자전거 안전」에 대한 유럽인들의 생각

지난 4월 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OECD와 한국교통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는데, 그 주제가 다름 아닌「자전거 안전(Bicycle Safety)」이었습니다. 멀리 네덜란드와 프랑스, 덴마크 등 7개국에서 관련 전문가가 참여한 이 세미나에 왜 하필 자전거, 그것도「안전」을 주제로 했을까요? 지금은 활성화가 더 중요한 이슈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유럽은 알다시피 자전거가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입니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2005년 현재 27%에 달하고, 덴마크 코펜하겐은 2009년 현재 36%에 달할 만큼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닙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가보면, 자전거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이 타면 탈수록「자전거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OECD에서는 자전거 안전을 주제로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만들었고, 이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 중입니다. 또,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서 국제세미나가 열린 것입니다.

자전거의 화려한 부활을 위한 제언

이 세미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4월 6일 서울시는 새로운 자전거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지하철로 환승하면 300원에서 500원을 보상해주는 자전거 환승보상제도가 중요한 개선사항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자전거도로에서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분리하는 시설물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불편하니 없애겠다는 것인데,아마도 차량 운전자들이 그동안 많은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민원인에게 시달려온 공무원들을 생각할 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 이용자들은 안 그래도 위험한 자전거 이용이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분리시설물이 자동차 이용자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자전거의 잘못은 아닙니다. 길 중간에 정차하고 싶고, 자전거 차로로 들어가서 주차하고 싶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그런데 그 해결책으로 이 분리시설물을 없애겠다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이런 시설물을 만든 이유가 자동차로부터 자전거를 분리시켜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이를 철거하면 더 위험해질 것이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전거와 더 멀어지지 않을까요?

자전거는 현재의 도시교통에서 잊혀진 수단(forgotten mode)이라고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전거를 레저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2007년 조사한 결과를 봐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레저용으로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2006년 실시된 수도권과 전국 광역권의 가구통행실태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당당한 교통수단이었던 자전거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요? 자전거는 개발시대를 지나며 자동차에 밀려났습니다. 자동차가 자전거보다 편리하고 멀리 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탄소 중심시대는 이제는 저물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대입니다.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는 국제적인 화두가 되었고, 화석연료는 최소화해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교통수단도 친환경이 대세입니다.

녹색교통수단 자전거에게「안전」의 날개를 달아 주자

자전거는 레저용으로도 훌륭한 수단이지만 녹색성장 시대의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입니다. 이제 전 세계적 화두에 걸맞은 위상을 자전거가 확보하려면, 교통수단으로서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현재 당면한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레저로서의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처음과 끝, 알파와 오메가는 결국「안전」입니다. 모든 교통수단에 다 적용되겠지만 녹색·건강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보행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엄연히 교통약자입니다. 자동차와 충돌하면 사망사고가 아니더라도 중상을 입기 쉬운 구조입니다.

따라서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많이 건설하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법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다른 교통수단과 독립되어 충돌 여지가 없는 안전한 인프라가 반드시 구축돼야 합니다. 도시공간구조도 지상은 사람이 중심이 되도록 보행자와 자전거에게 공간을 할애해야 안전문제가 해결됩니다.

도시 내 자동차는 불가피하겠지만, 자동차도로의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이번 국제세미나에서 유럽자전거연맹의 엔싱크 박사가 지적했듯이,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zone 30(30km/h 이내 구간)이 우리나라 도시에도 많이 적용돼야 합니다. 또한 도시에서는 제한속도가 50km/h를 넘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자동차와 자전거의 속도차가 낮을 때만 자동차와 자전거의 공존이 가능합니다.

유럽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바로 자전거 안전 세미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약자인 자전거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보행자가 최우선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듯이 자전거도 교통수단으로서 우선권을 가짐으로써 안전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녹색성장 시대에 대한민국이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것만이 향후 건강한 녹색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 없이 활성화만 주장한다면, 사상누각이 되어 활성화가 된 후라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활성화는 문화이고 이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안전한 국가가 제대로 성장하는 국가입니다.

- 글 : 한국교통연구원 신희철 자전거교통연구센터장